매주 마지막 주 수요일은 문화의 날입니다. 강서도서관에서도 8월 마지막 수요일과 금요일에 '두배로 대출 데이'를 하여 3인 가족 기준 30권을 카트에 가득 채워왔습니다. 그런데 때마침 2층 종합자료실에서 '보수동 블루스'라는 이름으로 전시를 하고 있어서 아이와 체험해 보았습니다.
1. 운영 안내
전시 주제
부산광역시 강서도서관 X 보수동 책방 골목 전시
거점 도서관 협력 '보수동책방골목 활성화 지원 사업'
전시 & 체험
책방골목 주제 전시 & 필사 엽서 꾸미기
기간
9월 한달 간 전시, 엽서 꾸미기 체험은 재료 소진 시 종료
2. 전시 & 체험 사진
2층 종합 자료실로 들어가면 바로 보이는 대여 기계 앞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레트로 한 느낌이 가득한 모습에 눈길을 사로잡아 그냥 지나칠 수 없게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져 있습니다. LP판의 신기한 모습에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옛 물건에 대한 향수가 있는 어른들도 미소 짓게 만드는 공간입니다.
책방골목 주제 전시
어릴적 할머니 댁에 세로로 길게 하나의 가구처럼 집에 자리를 잡은 전축이 있었는데 그 제일 윗부분에 LP플레이어가 있고 가장 아래 수납칸에 그 시대의 할머니와 삼촌들의 LP판이 빼곡히 꽂혀 있었습니다. LP판과 카세트테이프에 대한 추억이 있는 저도 그리움에 대한 향수가 올라오면서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고 옆에 있던 아이도 신기한 마음에 요기조기 뜯어보며 발걸음을 멈춰 구경했습니다.
사진이 보이시나요? 저희 어머니도 저 여성분같은 헤어스타일을 한 적이 있습니다. 남자들도 장발이 유행하던 시절이라서 삼촌의 장발 사진도 떠오르면서 혼자 속으로 웃었습니다.
성인이 되고 부산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친구가 부산을 소개해준다며 데리고 갔던 곳이 남포동 국제시장과 보수동 책방골목이었습니다. 그때의 기억은 아직까지도 부산이라는 이미지를 바뀌지 않게 해 줄 만큼 중요한 순간이었습니다. 어딜 가든 북적대는 사람들 속에서 묘하게 섞인 현대식 건물과 재래식 낡은 건물들, 세련된 상가와 길거리 노점상, 큰 영화관 앞의 즐비한 타로점과 분식 포장마차들, 아기자기한 물건과 신기한 것들로 눈요기가 가득한 국제시장. 마지막으로 판타지 영화에서 미지의 차원문을 통과했을 때 나오는 풍경만큼 날 일렁이고 두근거리게 했던 보수동 책방골목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부산의 매력을 끝까지 끌어올려 주었습니다.
근 몇 년 전만 해도 참고서적이나 오래된 만화책을 세트로 구매하기 위해 방문했던 보수동 책방골목은 하루만에 배송되는 인터넷 서점과 중고 카페에 의해 뒤로 밀려갔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더 이상 긴 글을 읽지 않는 사회 속에서 기억 뒤편으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강서 도서관의 이번 전시는 소규모로 쉽게 지나칠 수도 있지만 부산이라는 곳에 대해, 지나가는 것들과 새롭게 오는 것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지 않았나 합니다.
필사 엽서 꾸미기
바로 옆 테이블에서는 '필사 엽서 꾸미기' 체험이 있었습니다. 9월 한달 간 진행 중인데 재료 소진 시 종료된다고 하는데 준비된 5~6종의 무지 엽서가 소진되면 체험이 끝날 것으로 생각됩니다. 초등학교 이후의 아이와 간다면 시인이 살았던 시절 상황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그중 한 명의 시집을 빌려서 시 한 편이라도 읽어보는 등 괜찮은 체험으로 이어질 수 있겠습니다.
커다란 스탬프들이 잘 진열되어 있습니다. 옆에 연습 종이도 있으니 본인의 엽서에 꾸미기 전 한 번 찍어서 색상이나 모양을 확인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아이는 도장찍기하는 행위 자체에도 굉장히 즐거워했습니다.
엽서를 꾸밀 수 있는 필기구가 정리되어 있는데 냉장고 모양의 필기구 함이 귀여워 열었다 닫았다 해보고 우표 느낌의 마스킹 테이프는 처음 봐서 이것만으로도 아이와 한참을 이야기 했네요. 엽서는 색상과 무늬가 다른 엽서가 5~6종 정도 있었으며 엽서가 꽂힌 곳의 앞 칸에는 사진에는 잘 나오지 않았지만 꽃과 풀 종류의 자연스러운 스티커가 담겨 있어서 꾸미는 재미는 한껏 올려주었습니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흔히 접했던 시인들이기에 친숙한 느낌이 들어 좋았습니다. 묵직한 느낌이 드는 시인들과 시들을 다시 보고 싶어서 저도 백석 시인의 책을 한 권 빌려 왔습니다.
아이는 열심히 꾸민 뒤에 접어서 편지봉투를 만들었습니다. 저는 백석 시인의 시 중 한 문구를 옮겨 적어 보았는데 이 모든게 별거 아니지만 저희 둘에게는 알차고 즐거운 시간이었기에 도서관에 대한 아이의 호감도가 한층 상승해서 돌아온 날이었습니다.
잊혀 가는 것들에 대해 아쉬워하기보다는 한 번씩 들춰보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며 즐거워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잊혀지는 것들이 잊혀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매일 보던 친구도 세월이 지남에 따라 계절에 한번, 년에 한 번, 몇 년 만에 한 번 보더라도 그 친구가 나에게서 사라지는 게 아니라 볼 때마다 다시 즐겁고 그때의 우리를 기억할 수 있기에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지 않을까요? 지난 시간을 한 번씩 추억해 보고 누군가와 함께 하며 새로운 기억을 쌓아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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