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로망이었던 달리기를 시작했다.
우연히 지인이 마라톤을 오랫동안 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이건 기회다 싶어서 옆에 친한 동생과 함께 셋이서 달밤에 공원으로 모였다.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놀게 두고 우리는 옆에 걸어가는 사람들보다 느리게라고 느껴질 만큼 가볍고 천천히 달리기를 시작했다. 5분쯤 뛰었을까 스트레칭을 시작했는데 '오, 맙소사!' 그동안 나를 괴롭혔던 발목의 통증이 사라졌다. 필라테스와 재활을 공부하고 가르치는 그녀는 또 한 번 내 삶의 질을 올려주었다.
그 뒤로 우리는 담소를 나누며 공원을 돌았고 두바퀴 쯤 돌았을 때 15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내가 15분이나 달릴 수 있다니! 생각도 못한 일이다. 예전 중고등학교 때 오래 달리기는 만점을 받았지만 난 이제 마흔을 바라보고 있고 달리는 건커녕 바로 앞에 뛰어가는 내 아이도 못 잡을 지경으로 몸이 굳어 있었다. 그런 내가 쉬지 않고 공원을 두 바퀴나 돈 것이다. 한 바퀴 반을 돌았을 즈음 서혜부가 욱신거렸지만 크게 개의치 않을 만큼의 고통이었기에 신나게 뛰었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끝없이 차올랐고 벌써부터 우린 가을 마라톤을 바라보며 김칫국을 마시고 있었다. 작심 이틀인 내가 얼마나 오래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강하게 들고 가을 마라톤에서 내가 뛰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며 입꼬리가 실룩댔다.
평생에 언젠가는 내가 되었으면 하는 모습을 떠올린 적이 있지 않은가? 별거 없는 상상 중 하나가 장거리를 뛰고 있는 나의 모습인데 마흔 전에 하나를 이룰수 있단 생각을 하니 우습지만 성공한 삶을 사는 기분이 들었다.
앞으로 달리기에 대한 기록을 해나갈까 한다.
미세먼지가 너무 안좋거나 날씨가 휘몰아치지만 않으면 매일 뛰는 나와 만나서 한 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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